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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인터넷 서점에서 판매가 되지 않는 늙은 책이다. 도서관 구석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책을 펼쳤다.

이름은 SF 특강인데 자서전의 성격이 강하다. 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는 SF 문학계에 의견과 자신의 삶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2부에서는 체계적인 창작개론서처럼 딱딱한 느낌이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SF문학 창작에 대한 여러 부분들을 서술하고 있다. 그는 조금 예민할 수도 있는 문제를 친구에게 이야기 하듯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또한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자랑도 자주 나온다.

가장 관심 있게 읽었던 부분은 그의 작업 방식과 장르문학 작가의 인생에 대한 것이었다. 놀랍게도 그는 아웃라인을 잡지 않고 글을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스타일이었다. 물론 퇴고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방식이다. 그렇게 해도 장편이라는 것이 써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놀랍지 않은 것은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창작활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등록금도 벌었으며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삶을 유지했으며 그것으로 인정받았으니, 그는 행복한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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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듀나 책이다.
책을 덮고 처음 든 생각은 '용의 이'보다 먼저 읽었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후회였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의 추천사처럼 대리전은 유쾌한 동네 SF였다. 부천 시내에서 벌어지는 외계인과 지구인의 아기자기한 전쟁은 흥미로운 컨셉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비슷한 주인공이 조금 다른 공간에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용의 이'도 그렇고 '태평양 횡단특급'도 그렇다.
이제 조금 질린다. 그래도 듀나의 다음 책이 나오면 또 읽을 것 같다. 얼마나 다른 이야기를 해줄 것인가 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작가이다. 제발 이문열처럼만 늙지 않았으면 한다. 젊은 날의 이문열을 얼마나 좋아했던가. 빠이링.

2008/06/19 - 장르문학) 용의 이
2008/06/18 - 장르문학) 태평양 횡단특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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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판타스틱 1호기부터 출동시켰다.

판타스틱 1호기

특집 기획인 영화인 17명이 말한다는 매우 신선했다.
영화판 사람들이 어떤 스토리텔링과 컨셉의 작품을 원하는지 그들은 무엇에서 가능성을 보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사였고 몇 개를 제외하고는 공감하며 읽었다.
미야베 미유키와 기시 유스케의 인터뷰 기사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문예지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들.
- 복거일의 '역사 속의 나그네'는 좀 읽다가 넘겼다. 원래 대체 역사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옛날 국어에 대한 넌더리... 국문과여서 그렇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과다한 희망을 품고 있는 활동가로서의 복거일을 매우 싫어한다.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할 지는 자명하기 때문에 말을, 아니 텍스트를 섞기 싫었다.
- 듀나의 '너네 아빠 어딨니?'는 '용의 이'에서 읽었기에 넘겼다.
- 김창규의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는 사회적인 문제와 잘 버무린 내용이 인상적이었지만 발상 자체는 '디 아이'와 비슷해서 신선하지는 않았다.
-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 정말 좋았다. 씬시티의 냄새도 났지만 이야기는 더 신선했다.
- 이윤하의 '이팅 하트'... 플롯이 없다. 이미지 소설이라는 설명도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재미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 신화에 대한 해석이 상당히 독특했다.

판타스틱 2호기

커트 보네거트 특집 기사... 기사를 읽고 바로 '제5도살장'을 읽었다.
그가 얼마나 아팠는지 그 상처가 얼마인지 아련하게 느껴졌다.

장르문학의 한국 토착화 기획 연재는 옛날 생각이 나서 훈훈하게 읽었다.
박형서의 인터뷰는 여러 가지로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그의 글을 읽기 전이었는데 글에 선입견이 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소설들.
- 이영도의 '순간이동의 의미에 관하여'는 순간이동에 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가 제시되어서 신선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진부한 느낌이 있었다.
- 팀 플랫의 '작은 신들'은 너무 좋았다. 갑작스런 죽음과 남겨진 자. 그것을 담담히 극복해가는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기존 장르문학이 주던 그런 정서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 조지 마틴의 '샌드킹'... 이렇게 접근할 수도 있구나. 장르라는 것은 품목의 분류가 아닌 브랜드 네임이 아닌가 생각했다. 팀 플랫의 글처럼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 폴 윌슨의 '다이디타운'... 역시 끝도 너무 좋았다. 다음 과월호를 뒤져서 2부를 읽고 싶었지만 참았다. 역시 씬시티보다 이야기는 좋다는 생각을 했다.
- 박형서의 '냄새가 나요', '가족의 기원'... 인터뷰보다 좋았다. 두 작품 모두 가족이라는 제도에 대해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 복거일과 캐럴의 글은 그냥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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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택배가 도착했다. 판타스틱 과월호 12권과 6월호 그리고 단행본 4권. 그 중 에이스는 단연 듀나씨의 '용의 이'.

비가 온다는 치명적인 제재 조치를 변명 삼아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장마는 참 좋다. 마치 보물 상자 다루듯이 택배 상자를 뜷어서 월별로 한 권 한 권 구경하고 차곡차곡 쌓았다. 이제 책장이 꽉 차서 책을 꽂을 공간도 없으니 그냥 책상 구석에 쌓았다. ㅠㅠ

그녀의 주인공들은 태평양 횡단특급 때와 다름 없었다. 여전히 시공간의 절대자였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거나 끔찍한 기억의 소유자였다. 여전히 시공간을 연주하거나 자기 방식대로 이해해가고 있었다. 그녀의 마녀들은 그런 과정을 통해 나에게는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주었으며, 인물 스스로는 천연덕스럽게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그런 나를 보며, 그녀의 마녀들을 보며 흐뭇했으며, 이제 뭐하고 놀까? 하고 물어보는 마지막 장면은 짜릿했으며 사랑스러웠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녀가 기존 SF 작가들의 공간에 머물지 않고 자신만의 공간으로 이주했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독자에게 너그럽지 못한 대중문화에 대한 지적 과시는 고쳐지지 않았고 이야기를 빨리 끝내고 싶어하는 조급증도 그대로였다. 지적 과시는 영화나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인 나같은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는 지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나는 그녀가 비평가의 피를 가졌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선입견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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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글을 읽으면 작가가 보인다.
보통 듀나는 그 정체를 숨기고 글만으로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을 분석해보면 그 정체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그녀의 저작을 보면 알 수 있으며, 음악에 대한 조금의 애정과 물리학에 대한 더 조금의 애정과 SF문학에 대한 과한 애정을 살펴본다면 그녀의 집주소까지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허황된 생각을 해보았다.

그녀의 단편 모임집인 '태평양 횡단특급'을 매우 즐겁게 읽고 도서관을 나왔다. 물론 도서관은 아직 만원이었고 자리잡는데만 30분이 걸렸다. 도서관과 독서실을 차이를 매일 잊어간다. 어서 방학이 되었으면... ㅠㅠ

그녀 단편집의 목차를 굳이 살펴볼 필요도 없이 그녀의 글들은 너무 먹음직스러웠다. 작품에 대한 하나하나의 변명을 달아놓은 후기도 재미있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정도로 나는 듀나가 자랑스러웠다. 시공간을 뛰어넘은 관찰력도, 물리적인 환경을 뛰어넘은 상상력도 모두 내가 갖고 싶은 것들이었다. 가질거야.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듀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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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창작과 비평을 샀다. 샀다기 보다는 받았다. 저번 봄에 벌써 2년 구독을 신청했다. ㅠㅠ
사실 창비를 2년 보고 싶다기 보다는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전집을 갖고 싶어서 신청했다.
나의 이런 경향은 강하다. 어제도 SF 월간지 '판타스틱' 2년 구독을 신청했다. 물론 과월호 전집과 듀나의 '용의이'를 갖고 싶어서 신청했다. 백수 주제에... ㅠㅠ

어쨌든 139호와 140호를 집어 들었다.
139호의 특집인 한반도에서의 근대와 탈근대라는 당분간 계속 될 예정이고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뻔한 주제는 무시했고 박민규의 작품부터 읽었다. 제목은 한자 자판에 없는 글자였다. 龍 곱하기 4라고 적어야겠다. 물론 박민규의 작품은 보증수표의 자격이 있었다. 무협이라는 옷을 입힌 그의 작품은 읽는 내내 나를 웃게 했고 끝에는 이렇게도 옷을 입힐 수 있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나와 유전자가 다르구나 하는 질투도 느끼게 했다. 이 작품은 140호의 특집과 연관되는 작품이었다.

140호는 장르문학과 한국문학이라는 특집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었다. 5명의 비평가들이 장르문학이 스멀스멀 침투해오는 주류문학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제목은 장르문학과 한국문학인데 그들은 태생이 주류문학이라 그런지 글의 밑바탕에는 어떤 위기감이 스며 있었다. 그런 위기감을 결국 주류문학이 팔을 벌려 장르문학을 안아야 하며 이미 많은 젊은 작가들이 그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고 승화시키고 있다.
모든 비평들은 지리한 장르론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단어로 이미 재탕 삼탕된 복거일과 듀나, 박민규의 작품들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걱정말라고 한 마디 하고 싶다. 아직까지 주류 문학 비평가들이 논해야 할 작품들은 산더미처럼 싸여 있다.
창비 140호의 특집과 관련된 다른 글들은 다음에서 읽을 수 있다.
- 문학과 사회(2004, 가을호), 문예중앙(2007, 겨울호), 작가세계(2008, 봄호), 문학동네(2007,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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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창경궁 동쪽 담벼락에 붙어 있다.
왕궁 바로 옆에 살고 있지만 창경궁 바로 옆집인지는 얼마 전에 알았다. ^^;
전날 롯데의 역전패로 인한 과음으로 여자친구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고 느즈막히 일어나 찾아간 곳은 카페153.
집을 나와 옛날 맥주 골목이라 불렸던 폐허를 지나 고개를 내밀면 보이는 곳이 카페153이다.
세계 각국의 드립커피를 진하게 내려주며 바나나 케익이 맛있고 100원도 안 받고 한 잔 더 주는 곳.
치질이 있는 나로서는 오래 앉아 있기 힘들고 책은 많은데 그리 읽을만한 것은 많이 없으며 라테에는 영 소질이 없는 그 곳.
요즘 그 곳을 매우 좋아한다.

여자 친구를 기다리며 카페 책장에 꽂혀 있던 이적의 '지문사냥꾼'을 집어 들었다. 매력적인 일러스트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특이한 소재. 항상 읽어 보고 싶었지만 언제나 내 손에는 다른 책이 들려있었기 때문에 이런 날이 아니면 읽을 수 없으리라 생각하며 읽어 나갔고 여자 친구의 도착과 함께 나의 독서는 끊어졌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읽은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그의 음악이 귓가를 때리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이적의 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에 대한 그의 솔직한 글들이 판타지라는 옷을 읽었다. 대중음악 장르가 검열이 심하기 때문에 책은 그의 음악보다 훨씬 솔직했다. 다양성의 존중에 대한 그의 솔직한 견해와 인간 소외와 국가 권력에 대한 비판, 그리고 간결하고 리듬 있는 문체와 위트. 책 읽는 동안 즐거웠고 또 공감했다. 공감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직 주인공의 강력함과 별 시답지도 않은 이야기에만 집착하는 다른 판타지 문학들과 비교할 책은 아니었다. 가수라는 이름값에 기대어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 높이 날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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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rthsea, 땅(Earth)과 바다(Sea)로 이루어진 곳.

그 곳은 저자인 '어슐러 르 귄'이 창조한 환상의 세계다. 어스시는 곳곳이 르 귄의 상상에 의해 창조되었다. 컨셉, 자연, 문화 그리고 세세한 것들까지. 아마 인류학자인 아버지와 문화 연구자인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작품에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 이런 창작 방식은 지금 양산형 판타지 소설을 찍어 내고 있는 많은 작가들이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게드'라는 한 마법사가 세상의 진리를 향해 힘겨운 항해를 하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이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톨킨처럼 인간의 이중적인 면의 한 면만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정하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방식을 가르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톨킨의 소설보다는 휠씬 현대적인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아마 르 귄 자신도 다양성을 이해하는 사람일 것이다.
 
비판할 점이 없는 작품은 역시 아니다. 작품에서 가장 강요하고 있는 '균형', 그 균형은 매우 보수적인 목소리로 들린다. 마법사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 게드는 마법사를 해야 하며,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면 어부가 되어야 한다. 설정된 균형을 지키기 위해 작품 내의 인물들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고, 이것은 분명 작가의 목소리다. 이런 역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균형에 치우치면 변화를 등한시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극단의 자신을 마주한 게드의 앞일을 상상하며 책장을 덮었다. 그리고 배우고 싶은 작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 대여점에 쌓여 있는 양산형 판타지 소설을 떠올리기 싫어졌다.

관련 문화 콘텐츠

- 게드전기 (ゲド戰記, 2006)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2001)
- 네버 윈터 나이츠 (PC RPG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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